원문링크 : https://www.cre.or.kr/article/thesis_articles/1382826


표절과 올바른 인용

소 속 : 서울교육대학교

이 름 : 이 인 재

 

최근 4. 11 총선을 전후로 사회 지도층의 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논란으로 학계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서 표절 문제가 또다시 커다란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표절이 용납될 수 없는 대표적인 연구부정행위의 하나라는 점을 모르는 연구자들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위 논문이나 학술지 논문에 대한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연구자들이 표절이 지닌 심각한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학술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즉, 연구자는 〮학위 논문을 쓰든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전문 학술지에 발표를 하든 타인의 독특한 아이디어나 표현 또는 결과를 가져다 활용할 때 반드시 적절하게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하기 때문에 표절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연구자들이 학술 논문을 쓸 때 내용의 독창성, 충실성, 논리성과 방법론에는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연구윤리의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하고 글을 쓰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학술적 글쓰기에서 많이 발생하는 표절의 유형이 무엇인지를 알고, 올바른 인용법을 제대로 알고 실천한다면 표절을 예방할 수 있다.


표절의 한자어인 ‘剽竊’은 ‘도둑질하다, 훔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표절의 영어 단어인 ‘plagiarism’은 ‘납치자’를 뜻하는 ‘plagiarus’, ‘훔치다’의 의미를 가진 ‘plagiai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이처럼 표절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글을 훔치고 그 훔친 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은근히 주장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훔치는 대상이 구체적인 물건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글과 같은 ‘정신적 산물(brain child)’이라는 점에서 표절은 단순한 절도가 아닌 지적 절도라고 말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표절은 연구자가 자신의 저작물 속에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하였으면서도 정직하고 명확하게 그 활용 사실을 밝히지 않을 때 즉, 출처를 표시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즉, 반드시 출처를 표시해야 함에도 표시하지 않을 때 표절이 성립하며 이러한 표절의 대표적 유형으로는 텍스트 표절, 아이디어나 원저작물의 구조 표절, 말바꿔쓰기(paraphrasing) 표절, 모자이크 표절(mosaic plagiarism) 등이 있다. 첫째, 텍스트 표절이란 가장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유형으로써,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할 때, 원저자의 저작물에서 가져온 글(단어, 문장, 문단), 표, 그림, 그래프, 사진 등을 적절하게 출처를 밝히지 않고 마치 자신의 것처럼 그대로 복사(copying)하는 경우를 말한다. 둘째 아이디어나 원저작물의 구조 표절이란 어떤 주제에 대한 타인의 독창적인 생각이나 그 주제를 해결하는 원저자의 독특한 사고 구조나 논리의 전개의 틀(생각의 프레임)을 무단으로 베끼는 것을 말한다. 셋째, 말바꿔쓰기 표절이란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채 타인의 저작물을 말바꿔쓰기를 한 경우이다. 학술 연구 활동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읽고 자신의 용어(표현 방식)로 다시 말바꿔쓰기를 할 수 있지만, 이때에도 원저작물의 출처를 반드시 밝혀 주어야 한다. 자신의 저작물 속에 원저작물의 핵심 아이디어나 원저자의 개성있는 글쓰기 방식이 살아있는데 출처를 표시하지 않으면 아무리 몇 몇 단어나 순서를 바꾼다고 해도 표절 혐의를 충분히 벗을 수 없다. 넷째, 모자이크 표절이란 다른 사람의 글을 활용하되, 출처를 밝히지 않고 문장을 바꾸거나 편집, 변형하여 마치 자신의 것인 것처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출처를 표시했다고 해도 그 표시가 통용되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표절이 성립된다. 통상 많은 연구자들은 적절하지 않은 출처표시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어떻든 출처를 표시했으므로 표절에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가 있는데, 이는 커다란 오해이다. 부적절한 출처표시로 인한 표절에는 다음의 경우가 해당된다. 첫째, 자신이 활용한 타인의 저작물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책의 서문이나 논문의 처음 또는 제목 등에 포괄적으로 출처를 표시한 경우이다. 이는 자신이 인용한 타인의 것과 자신의 것 사이에 분명한 구분을 하지 않아 누구의 것인지를 판단할 때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된다. 둘째, 부분적으로 출처를 표시한 경우로, 타인의 특정 저작물을 집중적으로 많이 활용하였으면서도 그 중 일부에만 출처 표시한 경우를 말한다. 또한 출처 표시를 한 후 타인의 저작물을 계속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출처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도 해당된다. 셋째, 2차적 저작물의 표절(plagiarism of secondary sources)로, 원저작물에서 직접 보지 않고 2차 저작물에서 가져왔으면서도 원저작물을 본 것처럼 인용하는 경우, 즉 2차 저작물에서 가져왔으면서도 재인용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이다. 타인이 해 놓은 선행 연구나 이론적 근거(배경)의 요약 또는 리뷰 부분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도 마치 자신이 타인이 리뷰한 원저작물을 하나씩 보고 직접 리뷰한 것처럼 1차문헌의 출처표시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많은 연구자들은 이론적 근거나 배경에 관한 타인의 리뷰를 출처를 밝히지 않고 써도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출처를 밝히고 적절하게 말바꿔쓰기와 인용 부호를 표시했지만, 대부분이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 인용한 경우이다. 이는 자신의 저작물 속에 자신의 것이 주가 되고 타인의 것이 종이 되도록 인용을 해야 함을 시사한다. 즉, 아무리 출처를 밝혔지만 단순히 타인의 저작물에 대하여 짜깁기하는 수준으로 글을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표절은 윤리적이지 않는 학술적 글쓰기를 말한다. 학술 활동에서 윤리적 글쓰기란 자신의 저작물 속에 자신의 것과 타인의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며, 타인의 아이디어나 독특한 표현 또는 문장 등을 활용할 때는 반드시 정확하게 출처를 밝혀 주는 것을 말한다. 즉, 이는 올바르게 인용을 하는 것이다. 인용은 글쓰기에서 타인의 것을 정당하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표절과는 달리 허용되는 것이다. 타인의 저작물을 올바르게 인용하는 것은 타인의 업적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할 때 그 출처 표시 방식은 학문 분야별로 동일하지가 않고 각각 다른 방식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자신의 학문 영역에서 활용하는 방식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에 따르면 된다. 학술적 글쓰기를 할 때 타인의 저작물을 직접 인용하든 간접 인용이나 요약 등의 형태로 활용하든 자신의 것이 아닌 이상 반드시 적절하게 출처를 표시함으로써 타인의 것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표하고, 정직하게 남의 것을 활용했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표절을 피할 수 있으며 이는 바람직한 연구수행이라는 아름다운 연구문화를 정립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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